(연재3) 정의가 침묵한 밤 – 다시 마주친 얼굴
며칠이 지난 어느 저녁, 평소처럼 체육관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붉게 물든 석양 아래 도시의 그림자는 천천히 늘어지고, 바람 끝엔 하루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골목 어귀, 한 사람의 실루엣이 멈춰 서 있었다. 바로 그날, 군중 한가운데에서 묵묵히 맞고 있던 남자였다.손은 여전히 주머니에 깊숙이, 눈은 허공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했고, 입술이 먼저 열렸다.“그날 떨어진 돈, 어디 갔습니까.” 고개를 천천히 든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낮게 대답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집어갔다고, 자신은 몇 장밖에 건지지 못했다고. 그의 말은 짧았고, 무표정한 얼굴에는 감정의 흔적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더는..
(연재2) 정의가 침묵한 밤 – 침묵의 법복
그날 저녁, 퇴근길에 낯선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거리 한복판에서 불협화음처럼 날 선 고성이 터졌고, 사람들은 마치 구경거리라도 된 양 둥글게 몰려들었다. 손에는 각기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그들의 눈빛은 무심한 듯 호기심으로 일렁였다. 카메라는 흔들렸고, 그 안에 담긴 장면은 점점 또렷해졌다. 누구도 다가가지 않았고, 누구도 묻지 않았다. 기록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관찰자였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군중 사이를 비집고 걸음을 옮겼다. 소란의 중심에는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조용히 남자를 향해 발을 뻗었고, 남자는 구석에 웅크려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대신, 행동이 조용한 명령처럼 이어졌다. 병을 꺼내 마신 뒤, 남자의 얼굴 위로 그 병에 담긴 물을 천천히, 아주..